그래픽 카드
그래픽 카드는 보통 메인보드/CPU와 분리된 별도의 GPU 칩셋과 그래픽 메모리(SGRAM), 냉각 솔루션을 합친 도더보드를 말한다.
그래픽 카드는 주로 메인보드(또는 마더보드)의 첫번째 PCIe 슬롯에 장착하며, 컴퓨터에서 CPU와 맞먹거나 뛰어넘을 정도로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부품이다.
GPU는 CPU와 달리 제어부가 부실한 대신 엄청난 수의 연산기(코어)를 박은 매니코어 프로세서이다.
멀티코어 프로세서와 매니코어 프로세서는 제어부가 부실하기에 각 코어가 서로 겹치거나 종속성 있는 명령어를 동시에 연산하는 것을 피하며 최대한 병렬적으로 3D 데이터 계산을 한다.
GPU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기업은 NVIDIA이다. 경쟁사인 ATI(현 AMD RTG)는 VPU라는 표현을 대신 사용했으나 요즘에는 그냥 GPU라고 부르는 편이다.
초창기에는 고정 파이프라인이라고, GPU에게 어떤 도형을 그리라고 할 때에는 그래픽 카드가 지원하는 전용 연산 알고리즘에 데이터값만 넘겨서 프로그래밍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Programmable GPU을 넘어 스트림 프로세서라고 해서, GPU가 사용할 연산 알고리즘을 직접 셰이더 언어라는 것을 이용해 프로그래머가 정의해준다.
IBM의 CGA 그래픽 칩이 현대 PC 그래픽 칩셋의 시조이다. 당시에는 아직 화려한 그래픽은 별도의 워크스테이션(대표적인 사례가 실리콘 그래픽스다)에서 작업하고 IBM이 설계한 일반 PC는 워드프로세서를 돌리는 정도가 전부라 더 개선된 VGA가 나오고서도 한동안 그래픽스 가속은 2D 평면의 그래픽스 연산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3D 연산을 위해 CPU에 별도의 부동소숫점 연산기인 FPU를 달아 3D 데이터를 2D로 간접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다가 1994년 실리콘 그래픽스 직원 출신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3dfx interactive라는 회사가 부두라는 그래픽 카드를 내면서 3D 그래픽스 가속이 가능한 오늘날의 그래픽 카드 개념이 정립되었다. 당대 최고의 성능과 글라이드라는 게임 프로그래밍에 적합한 API의 성공으로 부두는 그래픽 카드의 명품이 되었다.
2D 그래픽스 가속만 지원하던 다른 그래픽 카드 제조사들은 대부분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나가떨어지지 않은 소수의 개발사들이 있었으니 바로 NVIDIA, ATI, S3 Graphics, VideoLogic이었다. 그 중 3dfx를 궁지로 몰아넣은 회사는 NVIDIA로, RIVA TNT2가 부두 2를 제압하는 데에 성공하면서 3dfx가 큰 도전을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3dfx가 자폭을 하고 말았으니, 부두 3을 레퍼런스 카드로만 출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레퍼런스 카드는 그 자체로는 생산량이 적을 수밖에 없어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 레퍼런스 그래픽 카드가 부두 진영에서 사라지자 3dfx는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지포스 256에게 제품 성능에서 확인사살을 당하며 3dfx interactive는 결국 대부분의 지적재산권을 NVIDIA에게 내주고 파산하고 만다.
이때 S3 Graphics의 Savage와 VideoLogic의 PowerVR도 덤으로 나가떨어져서 S3 Graphics는 VIA에 인수된 후 완전히 경쟁력을 상실했고 VideoLogic은 Imagination Technologies로 이름을 바꾼 후 모바일/임베디드 기기 전용 칩셋만 만들게 된다.
유일하게 NVIDIA와 경쟁할 수 있었던 것은 3D 그래픽스 가속 카드 업계 최고참이었던 ATI였다. NVIDIA가 지포스 FX 시리즈로 잠시 헤맬 때 라데온 시리즈의 성능 향상에 성공한 ATI는 다른 자잘한 그래픽스 칩셋 제조사를 거의 다 먹어가면서 NVIDIA와 경쟁했고, NVIDIA와의 합병 협상에 실패한 X86 CPU 제조사 AMD와의 인수합병 협상이 성공하며 AMD 산하에서 라데온 카드를 제조하게 된다.
2006년 x86 호환 CPU를 만드는 AMD라는 회사가 ATI를 거액에 인수하는 통큰 행보를 보였으나 이 과정에서 CPU 개발 역량이 감소한데다가 인수 이후 발표한 라데온 HD 2000 시리즈의 상위 라인업이 높은 발열과 저열한 성능을 보여주며 위기에 빠졌다. 게다가 모바일 GPU 사업을 퀄컴에 매각했다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퀄컴의 GPU 사업이 성공하는 바람에 AMD의 CEO가 짤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때 계속되는 그래픽 카드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인해 방심한 NVIDIA가 Geforce 400 시리즈에 쓸 아키텍처(코드네임 페르미)를 엉망으로 설계하는 바람에 공정 미세화 및 최적화가 진행된 라데온 HD 3000 시리즈부터는 AMD 계열 GPU를 쓰는 그래픽 카드가 상대적으로 더 잘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HD 5000 시리즈는 상위 라인업의 엄청난 가성비로 인해 Geforce 500까지의 그래픽 카드가 성능에서 밀려버리고 만다.
그러나 절치부심하고 GPU를 재설계하는 한편 AMD의 드라이버 성능이 낮은 점을 공략해 드라이버 최적화에 몰두하는 등 Geforce 600 시리즈부터는 NVIDIA의 반격이 시작된다. AMD는 이런 NVIDIA에 대해 아키텍처를 바꾼 HD 7000 시리즈를 출시할 때까지는 방어를 하는데 성공하나 그 이후에 아키텍처 상의 큰 성능 향상이 없어 GPU 이름을 Rx x00 식으로 바꾼 다음에는 다시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NVIDIA에 비해 AMD GPU의 성능이 한 체급 떨어지는 상황이 계속된다.
현재는 NVIDIA가 고사양 외장형 그래픽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로 AMD는 한 세대 뒤쳐진 성능으로 경쟁을 하는 처지에 놓였다. Geforce GTX 700을 Radeon Rx 200까지는 어떻게 해볼 수 있었지만, 성능과 전력 소모 측면에서 개선이 별로 없었던 Radeon Rx 300은 Maxwell GPU(Geforce GTX 900)에게 철저하게 털렸고, Polaris와 Vega GPU(RX 400~RX500과 RX VEGA)는 GTX 980 Ti까지 전부 잡아냈으나 Pascal GPU를 쓴 Geforce GTX 1080 앞에서 전부 정리 당했다.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가속이 가능한 세대에서도 여전해서 Pascal GPU를 게임 성능에서 전부 누른 RDNA1(Radeon RX 5000)은 Geforce RTX 20 시리즈에게 발렸고, RDNA2는 RTX 20을 전통적인 렌더링 성능에서 찍어 눌렀으나 같은 시기 이미 나와 있던 RTX 30에게는 그래픽스 파이프라인에 따른 전통적 렌더링 성능과 살짝 적은 전력 소모량 빼고는 우위를 보이는 부분이 없다. 특히 레이트레이싱은 후발주자인 인텔 아크 그래픽 카드에도 밀린다. RDNA3도 RTX 30은 잡고 RTX 40에겐 성능으로 박살나서 엔비디아의 약점인 비싼 가격 부분을 공략 중이다. 그래도 Polaris~Vega 시대의 암울한 상황보다는 조금 낫다.
한편 인텔 역시 i740 이후 약 20년만에 외장 그래픽 카드를 다시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고 실제로 CPU 내장 그래픽은 Xe 그래픽스라는 이름으로, 외장 그래픽 카드는 인텔 Arc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실물이 나왔다. 초기의 악재를 딛고 일단 쓸 수는 있는 성능의 그래픽 카드로 어느 정도 자리는 잡았다.
- 매니코어 프로세서라는 특성상 그래픽 연산 대신 일반적인 수치 계산에도 동원되는데, 주로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의 채굴이나 신경망 AI를 위한 기계학습 용도로 쓴다. 이런 상황에서는 GPU를 General Purpose GPU(GPGPU)라고 부른다.
- 2017년부터 대규모의 암호화폐 채굴로 인해 그래픽 카드의 가격이 매우 높게 형성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암호화폐 채굴 붐이 꺼지자마자 그래픽 카드를 사용한 인공지능 서비스 붐이 찾아왔다. 이 때문에 GPGPU를 밀면서 신경망 AI에 투자했던 엔비디아의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수준이고 상위 성능의 그래픽 카드를 일반 게이머들이 너무 비싸서 구하지 못하고 중고 그래픽 카드로 버티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 데스크탑용 GPU 제조사는 2023년 기준으로 겨우 세 곳 뿐이지만 그래픽 카드 제조사는 매우 많다. 왜나하면 GPU 제조사가 냉각 솔루션을 제공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래픽 카드 제조사는 냉각 솔루션의 품질로 경쟁을 한다. 혹은 오버클럭을 위해 전원 공급부의 부품을 고급으로 바꾸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