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숲:Sudo위키/자연철학
“그들은 보편성에 관해 큰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들은 명석하고 대담한 이념과 그에 따르는 엄격한 추론을 추구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훌륭하고 천재적이며 이상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귀납적 개괄에 앞서는 복잡한 사실들을 취급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안일한 사상가이자 대담한 이상가들이었다.”
- —앨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Science and the Modern World (1925) 中
자연철학 (自然哲學, Natural philosophy) 은 자연과학 / 물리학의 전신으로, 사변적인 고찰을 바탕으로 자연에 대한 종합적인 설명을 도모하는 학문입니다. 과학적 방법론을 바탕으로 한 자연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자연철학은 과학사적 맥락에서 논의되는 것 이외에는 연구되지 않는 학문이 되었습니다.
역사
탈레스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하였으며, 지진이 발생하는 원인을 바다 위에 땅이 떠 있어서 파도에 의해 땅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1] 그의 이러한 설명은 초자연적인 것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추론을 도모하였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플라톤
탈레스를 시초로 해서 많은 발전을 거듭한 그리스 자연철학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에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 기존의 여러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경험에 입각한 자신의 독자적이고 일관적인 이론을 구축하였습니다.
우선 플라톤을 먼저 살펴보자면, 그의 사상은 종교적 전통에 가까운 자연관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초자연적 존재가 우선 존재하여 그것이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여 현재와 같이 되었다는 믿음이 그것입니다. 또, 그는 세상을 보이는 세계와 본질적인 세계로 구분하였습니다. 본질적인 세계에 있는 것들은 영원히 존재하며 변하지 않으며, 보이는 세계는 본질적인 세계의 그림자와도 같다는 것이 그의 사상입니다.
플라톤은 엠페도클레스와 유사하게, 모든 물질들은 물, 불, 흙, 공기의 4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였으며, 특히 기하학을 중시했던 그는 이 원소들이 정다면체로 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2] 그의 이러한 자연철학 이론의 특성은 무엇보다도 4원소를 입체도형으로 생각했다는 점과 원소들이 변환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다면체들은 궁극적으로 삼각형으로 분해될 수 있으며, 이러한 방식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변환될 수 있다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우주론적인 측면에서 플라톤은 우주가 완전한 구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자체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축에 지구가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구의 주위를 도는 각각의 천구들의 반지름에 수학적인 조화가 있으며, 이러한 발상은 르네상스 시대의 요하네스 케플러 등의 자연철학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였으며 자신의 논리에 입각하여 상당한 수준의 지식 체계를 세웠습니다. 그의 학문은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있으며 동일한 기초 위에서 상호적인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학문은 세계의 영속성, 육체와 함께 영혼이 사멸한다는 주장 등과 같이 기독교의 교리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에 2000년 가량 서양의 학문 체계를 지배할 수 있었습니다.[3]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은 크게 물리과학과 생물학으로 나뉩니다. 여기에서 물리과학은 물질 이론, 운동 이론, 우주론으로 세분화되며 연관성을 가집니다.
물질 이론
아리스토텔레스의 물질 이론에서는 엠페도클레스가 제안했던 4원소설을 수용하여 세계가 흙, 물, 공기, 불의 4가지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은 이 원소들이 변하지 않는다는 설명에서 끝났으나, 아리스토텔레스는 기본 원소들에 4가지 성질을 도입하였고, 기본 원소들은 그 중에서 2가지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주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 흙 - 차가움, 건조함
- 물 - 차가움, 습함
- 불 - 뜨거움, 건조함
- 공기 - 뜨거움, 습함
그는 이를 바탕으로 이 세계에 다양한 물질이 존재하는 이유를 4원소가 포함된 비율의 차이로 설명하였습니다. 예컨대 금속은 녹아서 물처럼 변할 수 있고, 고온에서는 타기도 하기에 4원소를 모두 가지고 있으나 그 중에서 단단한 성질을 가진 흙이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기에 금속으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중세의 연금술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연금술은 4원소의 비율을 다르게 해서 납이나 철 등의 금속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인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4원소설을 바탕으로 중력을 설명했습니다. 4가지의 원소는 각각 고유한 위치[4]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위치에서 벗어나게 되면 자연히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가진다는 설명이 그것입니다. 그로 인해 흙으로 된 지구 상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운동이 상승 운동과 낙하 운동밖에 없다는 점이 설명됩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천체의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제5원소를 도입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후대의 철학자들에게 비판과 조롱을 받게 되었으나 그의 입장에서는 필연적인 것이었습니다. 하늘의 모든 별들이 같은 속도로 원을 그리면서 움직이고 있으니, 우리가 관찰하기에는 항상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운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4원소설을 통해 그것을 이해하려고 하면 하늘에서도 상승 운동과 낙하 운동만이 자연스러운 운동이 되어 원 운동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운동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하늘에 제5원소인 아이테르(αἰθήρ) 를 도입한 것입니다.
운동 이론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구에서의 운동을 자연 운동과 강제 운동으로 구분했습니다. 모든 변화에는 원인이 존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는 이 두 가지 운동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론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자연 운동의 경우에는 4원소설에 입각하여 우주 내에서 본연의 자리를 찾아가려는 물체의 고유 성질 때문이라고 설명하였으며, 강제 운동의 경우에는 항상 외부에서 힘을 공급받아야만 이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이론은 중세 시대에 부분적으로 수정되기도 하였으나 갈릴레오 갈릴레이, 아이작 뉴튼 등이 정립한 새로운 역학 이론이 나오기 이전까지 자연철학자들의 신뢰를 받았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낙하 운동에 대해 낙하하는 물체의 무게가 클수록 빨리 떨어지고, 매질의 밀도가 작을수록 빨리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예컨대 큰 바위는 작은 돌멩이보다 빨리 떨어지며, 같은 물체라도 물 속에서보다 공기 중에서 더 빨리 떨어지는 점이 그러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복잡한 방식으로 설명했던 이유는 투사체 운동에 있어 물체가 공중에서 움직일 때 그것을 움직이는 동인이 없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투사체 운동의 동인을 공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연직 상방으로의 운동에 대해, 물체가 외부의 동인이 없어진 뒤에도 계속 올라갈 수 있는 이유 역시 공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했습니다. 예컨대 돌멩이를 위로 던지면 돌멩이 주위의 공기에도 힘이 가해져서 손에서 멀어진 때에도 공기가 돌멩이의 동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공기의 미는 힘으로 일정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우주론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존의 자연철학자들이 내놓은 견해들을 비판하고 종합하여 우주의 중심에 지구가 놓인 형태의 체계를 제안했습니다. 이 체계는 일상적인 경험에 어느 정도 들어맞고, 성경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17세기의 천문학 혁명이 일어날 때까지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이론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경험에 입각하여 지구 중심의 우주 체계를 생각했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4원소설 등의 사변적인 논의에 입각하여 지구가 반드시 중심에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우주의 중심인 지구가 있고 그것을 9개의 구가 둘러싸고 있는 모양입니다. 가장 안쪽에 달의 천구가 있고, 그 위쪽에 수성과 금성, 태양의 천구가 있으며, 더 높은 곳에는 화성, 목성, 토성의 천구가 있고, 마지막으로 항성 천구가 있고 제일 외곽에는 제10천이라고 하는 프리뭄 모빌레가 있습니다. 프리뭄 모빌레는 모든 천구들이 회전하는 것에 동인으로 작용하는 천구입니다.
그 외
과학철학과 자연철학을 혼동하는 경우도 있는데, 과학철학은 자연과학에 대한 탐구를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둘은 완전히 다른 학문입니다.